2011-09-07l 조회수 4833
서울대 안광석 교수팀 원인규명…간암·백혈병 백신개발 활용
몸체를 가려 적을 속이는 `스텔스` 기술은 몸 속 바이러스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세포 속에 숨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 후 끈질기게 살아남는 식이다.
감기처럼 일주일 안에 파괴되는 바이러스와는 달리 한 번 들어오면 평생 몸 속에 남는 만성 감염 바이러스의 생존방식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간암과 백혈병 등 바이러스로 생기는 질병을 예방ㆍ치료하는 백신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안광석 교수팀(김성철, 이상현 박사과정)은 "바이러스의 마이크로RNA(21~23개 염기로 구성된 아주 짧은 RNA)가 사람 면역세포의 탐지기능을 방해함으로써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감염이 이뤄진다"고 6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이뮤놀로지` 4일자에 실렸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면역세포인 킬러T임파구에 의해 파괴된다. 바이러스가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더라도 `MHC`라는 단백질이 바이러스가 만든 단백질을 조각내 세포 표면으로 끌고 나오며, 킬러T임파구가 이를 외부에서 들어온 적으로 인식해 없앤다.
하지만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거대세포바이러스(CMV) 환자를 연구한 결과 킬러T임파구는 CMV를 적인 줄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러스의 마이크로RNA(US4)가 이물질을 조각내는 효소(ERAP1)의 생성을 방해해 MHC가 바이러스를 끌고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세포 뒤에 숨어 스텔스 비행기처럼 잠복하는 셈이다.
매일경제 2011.09.06 기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