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강봉균 교수 연구팀-학습·적응 능력 좌우하는 효소 발견

2011-10-24l 조회수 4483

학습·적응 능력 좌우하는 효소 발견

서울대 강봉균 교수 연구팀..'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실려

 


새로운 환경이나 지식에 대한 뇌의 학습·적응 능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효소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서울대 강봉균 교수, 김재익·이혜련 박사과정생이 주도하고 민주오·김상정·콜린 그릿지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이 동물(쥐) 실험 등을 통해 인산화 효소의 한 종류인 'PI3Kγ(감마)'가 뇌의 기억과 학습,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인산화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사슬에 인산(燐酸)이 붙는 것으로, 이같은 인산화를 돕는 PI3Kγ 등의 효소를 인산화 효소라고 한다.

지금까지 PI3Kγ 효소는 주로 T세포(T림프구)나 심근세포 등에 존재하면서 면역, 심장수축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이 효소는 뇌에서도 '시냅스 저하' 현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뉴런)과 신경세포 사이 연결부위를 말한다. 시냅스 저하(depression)는 시냅스에서 이뤄지는 신호 전달의 세기가 전기·화학적 자극 등 때문에 약해지는 현상이다.

시냅스 저하는 쓸모없는 과거 정보나 나쁜 기억 등을 지우는데 필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보나 기억을 담아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으로 PI3Kγ 효소를 없앤 쥐의 해마(대뇌 양쪽 측두엽 부분. 기억과 의미 등 광범위한 인지기능 담당)에서 이 시냅스 저하가 정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정상 쥐의 해마에 PI3Kγ 억제 약물을 투여해도 역시 시냅스 저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중 미로에서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도피처'의 위치를 바꿔놓자, PI3Kγ 효소 결핍 쥐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예전 도피처가 있던 자리로 향했다.

PI3Kγ 효소 결핍 쥐는 T자형 미로 실험에서도 먹이(보상물)의 새로운 위치(왼쪽 또는 오른쪽)를 파악하는 능력이 정상쥐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냅스 저하에 필수적인 PI3Kγ 효소가 없으면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데 장애를 겪고, 결국 처한 상황과 조건에 맞게 행동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인지 기능의 유연성'까지 훼손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강봉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억력, 학습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환자나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과학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실렸다.


[2011.10.24 연합뉴스 기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