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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논단] [이일하교수]Biohacker, DIY lab의 창궐과 생명공학의 비상

2010-10-19l 조회수 4595

Biohacker, DIY lab의 창궐과 생명공학의 비상


Grade E
/ Garage biology-Nature (2010)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가벼운 농담 정도로 들었다. 마치 Ig Nobel 상을 개발한 하버드대 학생들의 장난 정도로. 하지만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미국의 CIA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Do It Yourself Laboratory의 약어인 DIY lab은 가정집에서 취미로 생물실험실을 차려놓고 사뭇 진지한 실험을 진행하는 실험실을 말한다. 70년대 아동용 TV 프로그램이었던 부리부리 박사를 연상하면 거의 정확한 비유가 될 것 같다. 이게 사뭇 진지해지더니 이젠 자기네들끼리 미팅도 가지고, 논문도 발행하고, 2,000 명 정도의 DIYbio email list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Nature에 관련 기사를 흥미롭게 읽어 여기에 올린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1996년 Rob Carlson이라는 프린스턴 대학의 물리학 박사과정 학생이 자기네 학교에 없는 저널의 논문을 구하기 위해 New Jersey에서 New York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가 Sydney Brenner라는 당대 최고의 생물학자를 만난다. Sydney Brenner는 노벨상 수상자일 뿐만 아니라 1953년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 이후 Crick 교수를 만나 함께 연구하면서 분자생물학 분야의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지는 매 순간 마다 등장하는 분자생물학의 전설인 분이다. 이 기차 안에서 Carlson은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주제인 혈액세포 속의 물리적 힘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게 되고 그 자리서 Brennner 교수에게 함께 연구해보지 않겠나 하는 제안을 받게 된다. 자신이 누구와 대화를 나누었는지 나중에 알게 된 Carlson은 아마 까무라칠 정도로 놀랐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Brenner 교수의 연구실로 postdoc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ELISA assay를 획기적으로 정교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논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문제는 항상 그렇듯이 비용이다. 이 방법은 기존의 방법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좋은 데 실행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엄청나 실용성이 없는 것이다.


아마 미루어 짐작컨대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문제를 타개할 좋은 롤 모델을 personal computer의 혁명, IT (Information Technology)의 혁명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조그만 창고같은 데에 실험실을 차려놓고 매우 적은 경비로 자신의 실험을 계속하여 대박을 터뜨리는 보랏빛 꿈. 여기에 연구비 신청서를 썼다가 퇴짜먹는 좌절을 겪은 많은 과학자들이 동조를 하면서 취미로서의 생물학 연구라는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기에 이른 것이다. 기꺼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생물실험실을 갖추고 취미로 생물학을 하고자 하는 아마추어 생물학자들이 여기저기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민과학 운동으로 번져 나갔다. 이러한 취미생물학 혹은 바이오해커 연구가 생명과학의 혁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꿈이 DIYbio 혹은 Biohacker라는 운동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있는가? 글쎄 내가 보기에는 좀 그렇다. 일단 개인 컴퓨터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IT와 달리 생물학 실험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가의 장비와 엄청난 물량의 실험재료비가 드는 영역으로 진화되었다. 부리부리 박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없다는게 정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비웃듯 넘으면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는, 특히 생물학의 미래는 예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T 분야에 천재적인 해커가 문제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기도 하는 것처럼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저 농담 정도로 넘어갈 수만은 없다.


한 가지 예상할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한다. 미국에서 CIA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이유일 것이다. 바이오테러리스터에 의한 수퍼병원균의 생산이다. 수퍼병원균의 생산은 사실 복잡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는 과학자들에게는 너무나 손쉬운 일이다. DIY Lab은 전혀 통제를 받지 않고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바이오해커에 의한 바이오테러용 균주 연구를 정부기관에서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IT분야의 악성 해커처럼 수많은 인명피해를 일으킨 병원균이 내가 만든 것이다라고 뻐기는 트렌드가 형성되면 이는 최악의 상황을 몰고 오게 된다. 이외에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문제 중에 하나가 각종 실험 결과 생성된 형질전환 미생물, 식물, 혹은 동물 세포주 등의 처리 문제이다. 이들은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갖춰진 시설 내에서는 잘 통제된 상태에서 처리가 되지만 가정집에서 이런 정도의 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첨부된 기사를 보면 생물학 실험을 하는데 필요한 원시적인 장비를 갖추는데 드는 비용도 알 수 있다.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진공관 트랜지스터 음향기를 들여놓고 즐기는 취미보다는 더 고가의 사양이다. 그런데 우리 생명과학부 학생들은 이 좋은 취미를 왜 하려 하지 않을까? 모든 현대적인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할 수 있는 취미인데... 더구나 돈까지 줘요, 잘하면 상도 줘요!


2010. 10. 18. 이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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