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김빛내리교수-마이크로 RNA 베일 벗겨… 노벨상 1순위 후보
2001년 그녀는 미래가 불투명한 계약직 연구교수였다. 정식 교수가 아니어서 정부 연구비를 받기도 어려웠다. 학교에서 도와줬지만, 연구비는 늘 턱없이 모자랐다. 외상으로 연구 장비를 사다 보니 빚이 2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면 언제나 길이 열렸다"며 실험에만 집중했다.
지난달 7일 그녀는 국가에서 향후 10년간 연구비를 최대 1000억원 받는 중책을 맡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이 선정한 연구단장 10명 중 한 명으로 뽑힌 것이다. '마이크로 RNA'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인 김빛내리(43)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가 그 주인공. '한국의 퀴리 부인'이라는 과학자다.
"첫 아이를 가진 후 1년 넘게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공부를 포기할 생각도 했어요. 강의에 연구, 집안일까지 꼭 접시 돌리기 하듯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그래도 걱정에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니 길이 열렸습니다."
김 교수가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마이크로 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RNA보다 크기가 수백분의 1로 작으며 유전자 조절에만 관여하는 물질. 2006년 노벨 의학상이 주어졌을 정도로 생명과학계의 핵심 연구 영역이다. 마이크로 RNA를 이용한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연간 최대 2100억달러(약 248조원) 규모 시장을 이룰 것이란 전망도 있다.
"노화나 성장, 질병 등 모든 생명 현상에 마이크로 RNA가 관여해요. 특히 암세포와 줄기세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조절할 수 있으면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겁니다."
김 교수는 2001년 귀국 후 지금까지 '셀' '네이처' '유럽분자생물학회지(EMBO)'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 수십편을 연달아 발표했다. 김 교수가 세계 최초로 밝혀낸 마이크로 RNA의 생성 과정은 해외 유명 대학에서 사용하는 생명과학 교과서에 실려있다
김 교수의 다음 도전은 마이크로 RNA를 뛰어넘는 새로운 RNA를 찾는 것이다. "RNA 중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불과 2%예요. 마이크로 RNA도 일부에 불과합니다. 단백질을 만들지 않으면서 생명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또 다른 RNA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외 과학계는 김 교수가 한국인으로서 첫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노벨재단 관계자도 김 교수가 2007년 유력한 노벨상 후보자였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SCI)을 만드는 톰슨사이언티픽은 한국인이 주도하는 7개 주요 연구 중 하나로 김 교수의 RNA 연구를 선정했다. 연구 논문 인용 횟수는 김 교수가 최고였다. 이미 과학계의 신인상과 최고상인 '젊은 과학자상'과 '국가과학자'를 휩쓸었으며,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이라는 '로레알 유네스코 여성 과학자상'도 받았다.
김 교수는 앞으로 6개 분야 연구원 170여명으로 연구단을 꾸릴 계획이다. 특히 박사 학위를 받은 지 4~5년 된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비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창 연구할 나이에 자리를 잡지 못해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도 산업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연구단에서 특허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창업도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RNA(micro RNA)
일반 RNA보다 크기가 작은 RNA로, 다른 유전자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명체의 성장과 노화, 질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원래 하등동물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2000년대 이후 사람에게서도 발견돼 DNA를 이어 생명과학계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마이크로 RNA를 인공 합성해 질병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출처: 조선비즈 2012.06.08
원문: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6/20120606020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