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정가진교수-무균실서 정제된 미생물로 빵 만든다.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천연 발효 빵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건포도, 복숭아, 사과에 이스트균을 배양한 뒤 발효과정을 거쳐서 만든 빵이다. 소화가 잘되고 건강에도 좋다.
이를 토대로 국내 연구진이 효모를 발효시켜서 빵을 만드는 방법을 새로 개발했다. 정가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지난해 5월부터 캠퍼스 내에 벤처기업인 ㈜정가진면역연구소를 만들고 효모 실용화에 나선 결과다.
정 교수는 유산균의 항암 및 항바이러스 효과를 면역학적 관점에서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과정에서 유산균 배양액으로 숙취해소 음료와 탈취제, 식품첨가물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유산균 배양액으로 두부까지 만들었다.
이번에는 포도에서 분류한 효모로 빵을 만들었다. 그는 “효모가 빵을 만드는 데 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향 선배가 효모를 빵에 접목해 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존 천연 발효 빵과 다른 제조방법을 택했다. 천연 발효 빵은 효모균과 유산균을 섞어서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다른 균이 들어갈 수 있다. 반면 효모 빵은 순수하게 효모만 사용하고 다른 균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른 균이 들어가지 않으니 맛과 향이 차이가 난다. 천연 발효 빵은 발효과정에서 나온 시큼한 냄새가 빵에 그대로 남는다. 심하면 막걸리 냄새가 나기도 한다. 맛과 향이 시큼해서 빵 본래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다.
반면 효모 빵은 시큼하지 않다. 빵 고유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효모 빵에 사용하는 효모는 산화기능을 막는다. 산화기능은 세포, 조직에 산소 공급이 결핍되는 상태로 빈혈의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제과업체인 ㈜본비반트와 함께 효모 빵 실용화에 나섰다. 현재 본비반트의 제과점인 브레드박스 지점에서는 식빵, 바게트 등 30여 종의 효모 빵이 팔리고 있다.
정 교수는 “무균실에서 정제된 미생물을 사용하므로 건강에 더 좋다. 앞으로는 유산균과 효모를 활용해서 장(腸)의 건강을 도와주고 비만을 억제하는 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2.08.22 기사 링크]